운명에 순응하기

제목 그대로,
난 지금 운명에 순응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02/15 병원에서 일기

이제 병원이 너.어.무. 익숙하다.
처음에 병원에서 느꼈던 새롭고 무섭고 또 멋있던...그 감각은 이제 땡.
멋진 건물, 수많은 의사와 간호사들, 귀찮지만 그 소리가 경쾌한 링겔대, 따뜻하다 못해 더운 공기, 굉장히 비싼 빵과 커피와 비싼 데 반찬이 별로 없는 밥, 자고 나면 허리가 아픈 소파, 깔끔하지만 뭔가 걱정되는 화장실, 작지만 알찬 냉장고, 비좁은 공간, 빠른데도 짜증이 나는 엘리베이터...
밥도 꼬박 꼬박 먹고 간식도 챙겨먹고 그랬었는데...이젠 두 끼 정도는 굶어도 가뿐하게 살 수 있다.
피곤하고 지겹고 짜증나고 힘들다.
한 가지 좋은 점은, 아버지가 아플 때 진통제를 꼬박 꼬박(그러나 좀 부족하게) 준다는 것. 

파편같은 삶이다.
아무것에도 집중할 수가 없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꿈을 꾸게 된다.
병원을 오가면서 뭔가 남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나를 깨닫고는 
크게 숨을 들이 쉰다.  
무언가를 기다리고 싶은 
숙제가 많은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 
그런 느낌. 
 
아직 갈 길이 멀다.
한 치 앞도 내다 보기 어려운데, 내다 보고 싶은 나의 욕심.

최근

1. 아버지가 이틀 전부터 통증이 심해지셨다. 오늘 병원에 다녀왔는데 병원에서는 약한 진통제를 처방해주었다.
삶이 갑자기 내게 너무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졌다.
어깨에 지워진 짐이 무겁다는 표현보다는, 그냥...삶이...공식을 몰라 풀수 없는 수학문제 같다.
무엇에 중점을 두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현재 상태보다는 좀 변화해야 하는데 변화가 너무 어렵다.
심리적 부담감때문에 카페를 뒤져보다가 늦었다. 지금이라도 자야지.


2. 사람들이 너무 보고 싶으면서 또 무섭기도 하다. 그냥...마치 내가 죽을 병에 걸린 것처럼...그동안 보고 싶었어도 못 보았던 사람들을 다~~ 보고 싶으면서도,,또 한편으로는 평소에 자주 보지 못했던 사람을 만나는 일이 무섭고 부담이 된다. 아무래도,,,무관심에 대한 걱정과,,,,설명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겠지. 췌장암은 어떤 병이고 현재 상황이 어떻고 앞으로는 어떻게 되며 가족들을 어떻게 지내고 있고 내 기분은 어떤지 까지....열심히 설명해 봤자 어차피 이해해주기도 어려운데...싶으니까.  


3. 새해가 밝았다. 그런데 아무런 감흥이 없다. 이렇게 감흥이 없는 새해는 30년 인생(처음으로 이렇게 "30"이라고 말해봤음)에 처음이다. 차라리 시장에 두부를 사러 가거나 아울렛에 옷을 사러 갈 때 느끼는 감흥이 더 클 듯. 흥분이 메말라버렸나. 감흥이 없으니 연말연시 기분 낼 필요도 이유도 없어서 오히려 편하긴 한데, 내년을 생각하면 약간...숨이 탁 막힐 것 같은 기분. 그래도 내가 나를 바라보면서 가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4.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있다. 주소는 미니홈피/vega-july7.
일촌은 한 명, 나의 대학후배이고, 현재 볼 거리는 제로지만 그래도 자주 들어가봐야 할 일이 있어서 자주 들어가고 있다. 가끔 다이어리도 쓰는 수준인데 그래도 일촌 신청해주면 너무 감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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